본문 바로가기

일간회담

WBC 음주 파문 3인방, 정말로 팬들에게 크게 잘못한 것일까?

 

2023년 5월 30일 한국 야구팬들이 충격에 빠졌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렸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본선 1라운드 기간 중에 당시 일부 선수들이 도쿄 중심가의 룸살롱에서 3월 8일, 9일, 1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선수단 내 정상급 투수 3명이 심야까지 음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5월 31일에는 KBO 측에서 술을 마신 건 맞다고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술을 마신 투수 세명은 SSG 랜더스의 김광현, 두산 베어스의 정철원, NC 다이노스의 이용찬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학에서는 김광현이 의혹을 인정하며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광현은 6월 1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고 김원형 SSG 감독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를 전했다.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창원에서는 이용찬이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곧이어 정철원도 같은 자리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시 대표팀 주장이자 現 선수협 회장인 김현수가 선수협회장 명의로 "납득하시기 어려운 사건"라고 밝히며 사과의 뜻을 전해왔고, 6월 2일에는 이용찬과 정철원 역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사과하는 김광현, 정철원, 이용찬

그러나 세 선수 모두 룸살롱, 여성 접대부와 관련된 사실은 부인했다. 또 술을 마신 날짜에 대해서도 3월 8, 9, 10일이 아닌 3월 7일과 10일 밤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술집은 단순 스낵바이며, 안주로는 수제비와 김밥 등을 시켰고 저렴한 술로 술자리를 했다고 밝혔다.

술을 마신 날짜가 굳이 중요한 것은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의 일정 때문이다.

2023 WBC 한국 대표팀 일정과 음주 날짜

3월 8일, 9일, 10일에 음주를 하였다면 호주와의 경기 전날, 일본과의 경기 전날, 일본과의 경기 당일날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은 호주전과 일본전에 모두 패배하였기 때문에 세 명은 음주 시기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다.

선수들의 해명에 따르면, 김광현이 고교 후배 정철원과 함께 3월 7일 스낵바에 데려가 음주를 했고, 3월 10일 한일전 대패 이후 속상한 마음에 김광현이 정철원을 데리고 전에 갔던 스낵바에 한번 더 찾아가 음주를 했다는 이야기이다. (3월 11일은 휴식일이었다.)

 

이용찬의 경우는 두 투수와 동행한 것은 아니고 한일전이 끝난 후(10일) 밤에 아는 지인을 만나 스낵바에 가서 술과 밥을 먹었고, 그 스낵바가 우연히 김광현, 정철원이 간 스낵바와 같은 장소였기 때문에 그곳에서 만났다고 해명했다.

 

김광현은 정철원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시간, 식당 영수증, 택시 영수증 등으로 소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O는 해당 선수들의 진술이 거짓일 경우 선수 자격 박탈까지 고려한다며 강력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스낵바에 조사원을 파견해서 양측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한국야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음주와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가 큰데, 안그래도 한국 야구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인터넷상에서 형성되고 있는 찰나에 NC 다이노스 원정숙소 방역수칙 위반 사건이 터지며 리그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이 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도쿄올림픽에서 조차 메달을 따지 못하며 야구 팬들의 성적 부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야구선수들의 연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등의 성과가 이뤄지면서 축구 대표팀의 성적과도 비교되면서 KBO리그는 최근 '동네북'이 되어있는 신세이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김광현, 정철원, 이용찬에게 필요 이상의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팬들은 KBO 자체에서의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세 선수들이 크게 질타를 받아야 할 만큼 잘못하진 않았다는 생각이다.

 

우선, 세 투수의 국가대표 기여도가 높다. 경기 전날밤에 술을 마시고 출장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룸살롱 등 업소에 출입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음주 후 사고를 친 것도 아니다. 단지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부진에 대한 화살이 그들에게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분명히 처음에는 룸살롱에 갔다는 비판이었는데, 나중에는 국가대표로서 술을 마신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논지로 비판을 하고 있다. 세 선수들은 분명히 WBC에서 최선을 다했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최근 강백호에 대한 언론사의 집중포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조건 적으로 한국 야구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를 이끄려고 노력하는 언론사들의 노력이 가상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

강백호는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 경기 당시 투수 교체를 하는 도중에 껌을 씹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야구팬들을 제외한 인물들에게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주범 조주빈을 닮았다는 등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정작 야구팬들은 문제시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 때부터 한국 언론사들의 야구 집중비난이 시작됐다. 거기에 시간이 지나 WBC에서 저지른 본헤드 플레이가 겹치며 언론사는 강백호를 포함한 한국 야구계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정철원

정철원은 2023년 WBC에서 3월 6일 오릭스와의 연습경기에서 0.2이닝 0자책, 3월 7일 한신과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 퍼펙트를 기록했고 대회 무대에서는 호주전, 일본전, 체코전에 연속으로 등판해 3경기 동안 1.1이닝을 던졌고 일본전 나카노에게 3루타를 맞은 후 김윤식이 승계주자 실점을 하며 1자책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성적은 뛰어나진 않아 보이지만 연습경기 포함 5연투라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며 대표팀을 위해 헌신했다.

김광현

김광현은 일본전에 선발등판하여 2회까지 오타니, 무라카미 등 강타자들을 삼진 처리하며 5K 무실점이라는 매우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으나 3회부터 급격한 제구 난조와 구속 저하를 보이며 2점을 내주고 강판당했다. 강판되며 남겨놓은 두 명의 주자마저 원태인이 분식회계를 하며 표면적인 기록은 2이닝 4실점이라는 매우 실망스러운 기록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불펜 투수를 맡을 예정이었다가 갑작스러운 계획 수정으로 일본전에 선발 등판하게 된 점을 고려하면(실제로 김광현은 일본전 하루 전에 선발 통보를 받았다.) 김광현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김광현은 2023년 한국나이로 36세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 투수이고, 20대 초반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2009년 WBC 준우승, 2014 아시안게임 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 2019 프리미어12 준우승 등의 영광을 함께한 투수이다. 김광현의 국가대표 기여도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용찬

이용찬은 호주전 7회말 등판해 8회까지 5타자를 연속으로 아웃시키는 활약을 펼쳤고, 체코전에는 타자 4명을 모두 삼진아웃으로 처리하며 2경기 3이닝 6K 퍼펙트 피칭을 하였다. 이용찬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불펜투수였다.

이용찬은 1989년생으로 2023년 기준 한국 나이 35세, 김광현은 1988년생으로 한국 나이 36세이다. 세대 교체를 지향하는 현 야구 국가대표팀의 분위기로 봤을 때, 이 둘은 앞으로 국가대표팀에 소집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특히 김광현은 이번 WBC 직후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철원의 경우는 다르다. 정철원은 1999년생으로서 올해 한국나이 25세의 젊은 투수이다. 작년인 2022년 처음 1군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두산의 필승조 불펜투수로서 활약을 펼친 정철원은 2022시즌 KBO리그 신인 최다 홀드 기록을 세우며 신인왕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기자들과 일부 팬들은 음주 당사자들에 대해 국가대표 박탈 또는 선수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이 정말 한국야구를 위해 하는 말인 것인지 단순히 한국 야구가 꼴보기 싫어서 하는 소리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단순한 속 시원한 감정을 위해 KBO리그들 대표하는 젊은 투수의 국가대표 커리어를 마감시키려는 움직임을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혹자는 김광현과 이용찬이 베테랑으로서 술을 마신 것 자체가 워크에씩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셋은 대표팀 경기 전날 마신것도 아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출근 전날 술을 마신적이 있는 모든 직장인들은 직업에 대한 워크에씩이 결여되어있는 것이므로 월급을 박탈당해야 하는가? 그들의 논리대로면 직장인들도 몸을 쓰는 직업은 아니얼정 음주가 업무 효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실제 업무에 지장이 갔는지 안갔는지와 상관없이 최소 급여 박탈에서 최대 해고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애초에 이들을 국가대표에서 박탈시킬 근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KBO리그 규약을 찾아본 결과, 대표팀 선수로 선발하지 않는 선수는 다음과 같다.

KBO 리그 규약 中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1.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2.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3. 승부조작,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마약류 연루, 도핑, 병역 비리, 성범죄로 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자 [2017.9.26 ➜ 2021.10.26 개정]

 

이 셋은 단순히 술을 마셨을 뿐이지 위 사항에 해당하는 사고를 친 것이 아니다. 또한 제9조 [선수의 의무]를 보면,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는 선발 기간 동안 다음 각 호의 의무를 갖는다.

 

1.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훈련 및 소집에 응할 의무

2. 소집기간 동안 국가대표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지키며, 선수단의 일원으로 통제에 따를 의무

3. 대표팀 감독, 코치, 인스트럭터, 트레이너의 지시에 순응할 의무

4. 대표팀 규정을 준수할 의무

5. 선수 상호간의 인화 단결을 도모할 의무

 

KBO 측에서 해당 선수들에게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표현 또한 없었던 것을 보면 대표팀 규정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규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룸살롱에서 여성 접대부를 끼고 음주를 한것도 아니고, 스낵바에서 단순히 김밥 등과 음주를 한 것이 국가대표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도 아니다.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들이 모여서 와인을 한 잔 한다면 그것이 그 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또한 제13조 [징계]를 보면

1. 대표팀 감독, 코치, 인스트럭터, 트레이너, 선수에 대한 징계는 KBO 규약 및 벌칙내규에 의거하여 적용한다.

 

2. 기술위원회는 징계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건의할 수 있다.

 

3. 다음 각목에 해당되는 자에 대하여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

가. 고의로 대표팀 명예를 훼손한 자

나. 대표팀 운영규정을 위반하였거나, 코칭스텝의 훈련지시에 불응한 자

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4. 총재가 인정하지 않는 사유로 대표팀 감독 선임을 거부할 경우 - 거부회신일로부터 1년간 KBO 등록금지

 

5. 총재가 인정하지 않는 사유로 코치 선임, 선수의 대회 참가를 거부할 경우 - 거부 회신일로부터 KBO 정규시즌 30경기 출장정지

 

다음과 같은 5가지의 징계 사안이 있다. 필자는 기자들과 일부 야구팬들에게 묻고싶다. 정말로 이 셋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고의로 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스낵바에 들른 것으로 생각하는가?

 

대상을 비판, 비난하는 이유가 말도 안 되게 억지스러울때 사용하는 '억지로 깐다'는 의미의 '억까'라는 신조어가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해설위원이 강백호의 껌씹기를 저격한 이후로 부터, 한국 야구에 대한 '억까'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박찬호는 이러한 흐름을 원한것이 아니었겠으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흐름이 완성되어 버렸다.

 

이럴때일수록 야구팬들이 단단히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3년 WBC 대회 1라운드 탈락 이후로 언론사들은 KBO리그를 포함한 한국 야구판이 완전히 망했다는 식의 선동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 야구 보이콧, 무관중 운동 등을 예측하며 팬들은 더이상 야구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야구팬들이 야구를 버렸는가? 사리분별이 가능한 진짜 야구팬들은 그러한 선동에 넘어가지 않고 2023시즌 개막전 전 경기 매진을 시작으로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도 더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구팬들의 관중동원은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도 한국 야구를 견제하려는(애초에 왜 그러는지도 알 수 없지만) 세력들은 한국 야구팬들을 개돼지 등으로 부르며 폄하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아무리 야구가 싫더라도 이런 식으로 야구를 '억까'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by KerVerSchG

야구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