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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회담

[규칙회담] 승패를 결정지은 두 개의 방해

 

2023년 6월 23일 잠실에선 LG와 롯데의 경기가, 고척에선 키움과 두산의 경기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두 경기 모두 '방해' 행위가 승패를 갈랐다.

오지환과 황성빈의 충돌

먼저 잠실 경기를 보자. 잠실에선 LG 선발 케이시 켈리와 롯데 선발 박세웅이 숨막히는 투수전을 연출했다. 켈리는 7회까지 롯데의 타선을 단 91개의 투구수와 함께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박세웅도 6회까지 LG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러나 7회말 오스틴의 땅볼 타점과 함께 스코어는 1대 0이 되었다.

문제의 상황은 8회초에 발생했다. 8회초에도 켈리가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 롯데 선두타자 유강남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롯데는 1루에 대주자 황성빈을 투입했다. 다음 타자는 김민석이 희생번트를 댔고 황성빈이 2루 베이스를 찍고 돌다가 LG 유격수 오지환과 충돌하며 넘어졌다.

 

롯데 서튼 감독이 충돌 상황에 대해 항의를 펼쳤고, 심판진은 업스트럭션(주루방해)을 선언하면서 황성빈의 3루 진루를 인정했다. 번트 수비 순간, 3루를 비웠다고 보고 황성빈이 오지환과 부딪히지 않았다면 3루까지 갈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심판진은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뒤 "2루에서 오지환과 황성빈이 부딪혔다. 3루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주루 방해를 선언, 황성빈의 3루 진루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염경엽 LG 감독이 곧장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를 펼쳤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롯데는 고승민의 희생플라이로 승부를 1대 1 원점으로 돌렸다. 황성빈이 3루에 가지 못했다면 고승민의 타구 때 득점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야구 규칙서에 따르면 업스트럭션(주루방해)은 공을 갖고 있지 않거나 공을 처리하고 있지 않은 야수가 주자의 주루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야구 규칙에서는 '야수가 공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애초에 오지환은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심판진에 항의하는 롯데 래리 서튼 감독과 LG 염경엽 감독

동점을 만든 롯데는 8회말에도 박세웅을 마운드에 올렸고, 박세웅은 LG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9회초에는 LG 고우석을 상대로 박승욱이 역전 적시타를 때리며 경기를 뒤집었고 9회말을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틀어막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어찌보면 8회초의 주루방해가 경기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다음은 고척에서 일어난 '방해' 플레이를 보자. 이번에는 수비방해다.

 

고척에서는 키움과 두산이 투수전을 펼쳤다. 두산 선발 곽빈은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는데, 5회 폭투로 인한 실점을 제외하면 딱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키움 선발 장재영도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양팀은 투수진의 호투에 힘입어 1대 1 균형을 계속 이어가다 7회초 김재호의 1타점 적시타로 두산이 2대 1 앞서게 되었다.

송구에 맞은 임지열

문제의 상황은 7회말에 벌어졌다. 곽빈에 이어 등판한 이영하가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이형종에게 몸에 맞는 공, 김동헌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이대로라면 동점 허용은 물론 역전 허용의 가능성도 높은 상황.(야구에서 무사만루 상황의 기대득점은 최소 2점, 거의 3점에 육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투수는 정철원으로 바뀌었고 타석에는 1번타자 임지열. 임지열은 3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정철원의 패스트볼에 배트를 휘둘렀으나 타구가 3루수 앞으로 향하는 땅볼이 되었다. 3루수 허경민이 잡은 공은 홈으로 향했고 홈에서 3루주자는 포스 아웃을 당했다.

 

그리고 포수 양의지의 송구가 1루로 향하는 순간, 송구가 임지열의 몸에 맞고 튕겨나갔다. 그 사이에 주자가 홈으로 득점하며 경기는 동점이 되는 듯 하였으나, 두산이 비디오판독을 신청하였고 임지열은 3피트 수비방해로 아웃되며 아웃카운트 두 개가 동시에 올라가게 되었다.

 
야구 규칙 5.09(a)(8)를 보면,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파울 라인의 안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타자는 아웃된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임지열이 3피트 수비방해를 하지 않았다고 항의하였고, 결국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항의로 인해 퇴장 조치 되었다. 무사 만루가 순식간에 2사 2, 3루로 바뀌었고, 김혜성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키움은 무사 만루에서 한 점도 내지 못했다.

두산은 김명신, 홍건희가 1점 차 리드를 틀어막으며 4연패를 끊어냈다. 7회말 무사 만루에서 임지열의 방해 플레이와 함께 무실점으로 위기를 탈출한 것이 두산의 결정적인 승리 요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야구에서 '방해'플레이 자체는 사실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이번처럼 결정적인 상황에 방해플레이가 두 경기에서 발생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포스팅으로 다뤄봤다.

 

by KerVerSc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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